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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산업 3ㆍ4월호
원자력 국산화의 정상 기업 - 연재 시리즈VII
원자력 발전소의 씰 국산화 선두주자 한국씰마스타(주)
원자로 냉각재 펌프 밀봉장치 국산화 성공
원전 설계 코드, 원전제어계측장치(MMIS)와 함께 원자력 3대 미자립 기술의 하나인 원자로 냉각재 펌프의 핵심 부품인 대형씰을 드디어 국산화한 것이다.
개발자는 한국씰마스타(주), 생소한 회사였다. 원자력 전문기업이 아닌 것은 확실해, 바로 검색엔진에서 한국씰마스타를 띄웠다. 씰(SEAL) 그러니까 굳이 한글로 바꾸면 밀봉장치 전문회사였다.
화학플랜트 씰과용접형탈벨로우즈를 전문으로 개발생산하고 있는 중견기업, 한수원 협력업체로 이미 여러종류의 다양한 씰을 납품한 실적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까지 검색을 하고 다시 자료로 눈을 돌렸다.
요지는 한수원이 이회사와 공동으로 지난 2004년 이 제품개발에 착수했고, 5년간의 연구 끝에 자체 개발에 성공해 연간 150억원 규모의 수입대체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수입대체의 경우만 이렇고, 수출길을 연다면 그 효과는 수천억원을 호가 할 것은 불문가지다.
이미 한수원은 울진 4호기에 이 제품을 장착했고, 기존 한국표준형원전이나 새로 짓고 있는 원전에도 이 제품을 장착키로 한 것은 물론이다. 더구나 이 제품 개발이 원자로 냉각재 펌프 국산화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임은 두 말하면 잔소리.
그래서 그 날로 한수원 정비기획처를 찾아 담당자를 만났고, 김포골짜기에 위치한 한국씰마스타를 급습해 한영수 사업본부장을 만나 원자로 냉각재 펌프빌봉장치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첨단 기술의 핵, 원자로 냉각재 펌프 밀봉장치, 원전의 냉각계통에 사용되는 이 밀봉장치는 방사능 물질을 함유한 고온, 고압의 물이 펌프를 회전하는 중에 축을 타고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완벽하게 차단시키는 핵심부품이다.
고도의 기술과 정밀도가 요구돼 지금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품목, 한 대당 가격은 9억~10억원 정도로 고가다.
그러나 한국씰마스타가 국산화한 제품의 가격은 6~7억원선, 수입품과 비교해 약 3억원 정도의 싼 가격이다.
원자로 한 기당 냉각재 펌프는 4기가 장착되기 때문에 이 제품역시 4대가 들어간다. 물론 신고리 1,2호기나 신월성 1,2호기등 추가로 지어지는 원전과 울진 3~6호기, 영광 3~6호기에도 장착이 예정돼 있어 그 수요는 더 많다.
더구나 냉각재 펌프는 경수로와 중수로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핵심 설비라 국내 가동원전 20기 전 호기 장착도 가능하다. 이 경우 총수요는 80대. 가격으로는 480억원 규모다.
한수원 박기철 발전본부장은 "이 제품의 국산화 성공은 원전기술 자립도 제고를 위한 한수원의 강력한 연구개발 의지와 한국씰마스타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라며 "구매비용절감은 물론 중소기업의 매출증대에도 기여하는 등 상생 협력의 모범사례"라고 말했다.
길고 힘들었던 국산화 개발
처음 한국씰마스타가 이 제품의 국산화에 손을 댄 것은 지난 1999년, 기계연구원으로부터 정보를 입수한 후 과기부 문을 두드리면서부터다.
원전 기자재 국산화를 추진하던 과기부는 이 제품 개발을 국책연구개발사업으로 지정했고, 이미 이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던 한국씰마스타를 사업자로 선정했다.
3년 후인 2002년 3월, 한국씰마스타는 정상운전조건에서 자체 성능시험을 완료하면서 개발이 목전인 듯 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총 개발비 20여억원을 쏟아 붓고 국산화 개발을 완료하고 성능 시험까지 마쳤는데 정작 사업자인 한수원의 반응은 냉담했다.
한국씰마스타 한영수전무는 "처음에는 국산화 제품을 채택하지 않는 한수원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과도상태 성능시험수행누락 등 품질관리에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제대로 된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시 추가 시험에 들어간 것이 지난 2005년 1월부터 2월, 여기서 한국씰마스타는 중소기업 지원협력 과제로 「중수로 냉각재 펌프 기계적 밀봉장치 국산화 개발」과제에 표준형원전으로 바꿔 과도상태 성능시험을 포함한 추가 시험을 했다. 결과는 만족이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고비가 있었다. 제품제작과정에서의 품질관리시스템의 확인이 필요했고,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도 넘어야 할 언덕이었다.
드디어 2005년 5월, 시제품 1대가 제작 품질 평가도 완료해 국산개발선정품으로 지정됐다.
개발과정에서 제품의 수명연장을 위해 재질의 실리콘 카바이드에서 SiC30으로 변경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기존 1만6000시간이던 수명이 5만 시간으로 세 배 가량 증가했다. 쉽게 말해 18개월을 한 주기의 장주기 원전 가동시 3주기로 교체 후 늘어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설계와 제작시험 평가능력까지 완벽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
한수원 정비기획처 배동선 차장은 "국산화를 통한 외자 절감도 절감이지만 납기가 18개월에서 3개월로 확 낮춰져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대만족이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벽은 '어느 원전에서 한 번도 채택한 적이 없는 국산제품을 쓸 것인가'였다. 원전 책임자로서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기는 날이면 문책도 문책이거니와 원전 가동이 중단되거나 고장으로 강제로 중단시켜야 하고, 이경우 손실은 수억원대에 달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한수원은 정비기획처장 명의의 공문에 이 제품을 사용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내부평가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내용을 명기해 울진원자력본부에 보낸 후 채택을 허락받았다. 드디어 국산제품이 상용 원전인 울진3호기에 사용된 것이다. 이때가 2005년 7월이다.
그러나 18개월의 한 주기 운전 후 시행한건전성 평가에서는 작은 결함이 발견되었다. 운전에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지만 일부 압력 불안정 상태가 나타난 것이다. 정밀검사가 필요했다.
전문가가 모였고, 결함을 제거했다. 그리고 다시 한 주기를 마친 지난 2월, 또 한 번의 계획 예방정비, 두 번째 평가였다. 결과는 만족이었다. 적합 판정이 내려진 것이다. 한수원도 한수원이지만 한국씰마스타가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이었다.
두 차례 평가에 참여했던 한국전력기술의 유체기기 전문가 임덕재부장은 "첫 번째 평가에서 나타난 압력 불안정문제를 해결하니 성능상으로 완벽했다."며 "한수원과 할국씰마스타의 의지와 기술지원이 빚어낸 작품의 하나"라고 말했다.
한국씰마스타는 이 제품에 대해 3년 동안 납품을 보장받았다. 적어도 이 분야에서 국내 시장을 점령한 최초의 국내 기업으로 등재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씰마스타의 목표는 국내 시장만이 아니다.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화학플랜트 씰 과 용접형메탈벨로즈가 세계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이 제품도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다.
품질로 세계 반도체 업계 장악
1979년 화학플랜트 씰(Seal)을 창업 제품으로 내놓은 한국씰마스타는용접형메탈벨로즈, 그리고 실리콘 카바이드 전문생산회사다.
'다 함께 세계 최고를 지향한다'를 기업이념으로 현재 290여명의 인력을 두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특히 생산제품의 50% 이상을 미국, 일본, 유럽, 싱가폴 등에 수출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매출액은 작년 처음으로 600억원을 넘어섰고, 지속 성장중이다.
한국씰마스타는 화학플랜트 씰 국산화를 목표로 설립됐다. 이 제품은 정유 석유 화학, 발전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밀봉기능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으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던 부품이다.
씰 국산화에 연구비를 쏟아부은 결과 1986년 원자력 발전 기자재 공급업체(Q-Class)로 지정됐고, 씰의 국산화 공로로 이듬해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무엇보다 이 회사의 강점은 지속적 제품개발과 품질 관리를 바탕으로 한 제품의 높은 완성도와 신뢰도, 당연히 국내시장에는 마땅한 경쟁자가 없어 전체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또 다른 핵심제품인 용접형메탈벨로즈 역시 1990년 정부의 부품 국산화 정책 중 국책과제로 채택돼 한국기계연구원(KIMM)과 함께 개발에 성공한 제품이다.
초기 화학 플랜트 씰 용으로 개발된 벨로즈는 지속적인 성능향상과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반도체, 우주항공분야등으로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0.05mm의 얇은 박판을 용접해 100만 Cycle 이상의 고성능을 구현하는 반도체/우주항공용 벨로즈는 높은 수준의 설계, 생산기술, 품질관리와 신뢰성이 요구돼 전 세계적으로 몇 개의 선두업체만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제품.
이 회사의 벨로즈는 국내 시장뿐 아니라 2000년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현재는 선두업체로 자리매김을한 상태다. 특히 미국 유수 반도체 장비업체인 노벨러스(NOVELLUS), 바리안(VARIAN)등은 물론이고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AMAT, Applied Materials)로부터 최우수 우선공급업체로 2년 연속 선정될 정도다.
이 회사에 벨로즈를 공급하는 회사는 전 세계 700여개 중 10여개뿐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한국씰마스타의 제품의 우수성은 두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한국씰마스타 한영수 전무는 "아맷에서 매월 열리는 품질 실사프로그램을 통해 1년 동안 평가를 받으면서 거의 100%에 가까운 납기준수율과 불량률 제로의 경이로운 기록이 있어 가능한 일" 이라고 말했다.
또 4년 전인 2005년에는 일본시장도 뚫어 알박(ULVAC), 아넬바(ANELVA), 히타치(HITACHI) 등 일본 주요반도체회사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튼실한 성장의 비결은 투자와 품질관리
한국씰마스타의 튼실한 성장의 비결은 투자와 품질관리다. 가장 기본적인 ISO9001부터 PQP, SPC, AS9100, TS16949 등 세계 최고수준의 선진품질관리기법을 도입해 제품의 완성도에 초점을맞춘 것.
또한 공정관리시스템을 문서로 정착화시켜 지속적이고 일관된 고품질 제품을 양산하는 체제를 구축한 것 역시 바이어들을 감동시켰다.
무엇보다 한국씰마스타를 주목하게 만든 것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한국표준형원전에 장착되는 원자로 냉각재 펌프용 씰을 개발한 것이다. 특히 이 제품의 국산화는 3대 미자립 상태인 원자로 냉각재 펌프 국산화를 한 발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 틀림없다.
현재 한국씰마스타가 연구력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고신뢰성비접촉식 씰. 세계 탑클래스 씰생산회사만 제품을 출하하고 있는 제품이다.
한국씰마스타 김윤호대표는 "꼭 필요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수입에만 의존해 왔던 씰과 벨로즈를 국산화 개발하는것이 사업도 되고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며 "씰은 산업과 플랜트가 첨단화될 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제품으로 세계 최고의 제품을 제값받고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기술력으로,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한국씰마스타의 2009년이 주목된다.